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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 별

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 / 문학동네

얼마 전,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황석영 선생님 편을 본 적이 있다.
글재주만이 아니라 입담도 엄청난 내공을 지니신 분인 듯, 엔간한 연예인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셨다.

일단 기억나는 건,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는 꼭 함께 했다는 이야기. 물론 황석영 선생님께서 함께 하지 않은 역사가 더 많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 정도로 역사와 함께 했다면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분은 글쟁이 아닌가?
직접 체험한 그 역사가 모두 작품 속에 녹아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황석영 선생님은 말 그대로 글을 쓰기 위해 생을 사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성장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소개하고 있다.
성장소설, 뭐 주인공의 인생 이야기, 시간의 순서에 따라 파란만장한 인생담을 들려주는 이야기, 또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겪은 사건으로 인하여 삶의 목적, 또는 방향이 바뀌거나 해서 어쨌든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이야기가 성정소설일 듯한데...
[개밥바라기 별]은 황석영 선생님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무릎팍 도사 편에서 소개한 인생 이야기가 대체로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군에 입대해서 월남전에 파병되기 직전의 짧은 외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준’이 군에 입대한 후, 자신의 부대가 월남에 파병된다는 사실을 알고, 파병 직전 외박을 나오게 되어 친구들과 만나서 술도 한 잔 하고, 어머니와 남동생을 만난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 도착하지만 이미 약속시간은 지났고, 그녀는 없다. 그녀가 약속장소에 나왔다가 돌아갔는지, 아예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만날 수 없는 상태...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서 주인공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글재주가 좋은 친구, 그림을 좋아하던 친구, 친구 하나는 백주대낮에 계엄군의 총에 목숨을 잃고, 또 다른 친구는 병으로 죽기 전에 요양원에서 그린 그림을 보내오기도 한다.
자신의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주춤대고,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충격과 결국 고등학교를 스스로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고, 음독자살도 시도하고,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오징어잡이, 건설현장의 막노동 등을 통해 스스로는 조금씩 사회를 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글쎄, 내 생각에는 그것은 자신의 육체를 하염없이 괴롭히는 일종의 수양의 단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이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충만하게 해 주었는지, 또 다른 인생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갖게 해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스님이 되기 위해 절에 들어갔다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도로 세상으로 나오고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주인공이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곳곳에 주인공의 어머니가 익숙하지 않지만 꽤 단단하게 집안을 지켜나가는 힘겨운 투쟁도 보여준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그 모습들...

이 과정을 단지 주인공 ‘준’ 하나의 시점에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들, 또는 그의 애인(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뭣한)인 여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그들이 겪는 이야기를 역시 그 자신의 시점으로 풀어나간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서 가끔은 ‘지금은 누구 이야기이지?’라는 생각으로 목차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이야기는 다시 주인공이 부대에 복귀하는 열차에 올라타면서 끝나게 된다.

이곳저곳의 서평을 보면 꽤 의미심장하고 시대적 아픔이니, 상실된 자아의 발견이니 하는 미사여구가 제법 보인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것은 이렇다.

단순히 저자 개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자서전의 파편이 아닐까...
물론 그가 살면서 겪은 일들이 공교롭게도 사회적 격변기, 또는 국가적 의미가 있는 사건인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백주대낮에,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쏜 총에 국민이 맞아 죽는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 안 되는 비극임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런 일을 겪게 되면-바로 눈앞에서 친구가 죽는 경험...-삶의 일부분에 상당한 상처가 되고 무언가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고, 고민하고, 공감하고, 아파하는 것은 지은이도 우리도 결국 대한민국 사람이기 때문이 아닌가?
흔히 말하는 중, 장년 세대는 지은이와 함께 이 모든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겪어온 세대이므로 절절이 공감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이러한 사건들을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읽고, 직접 겪은 세대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활자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과의 상충, 때로는 공감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 세대들도 나이에 따라 충분히 겪었을 여러 사건들이 있다.
사오십 대를 지나가고 있는 이들은 대통령 살인사건과 그로 인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기억할 것이고...
삼사십 대의 이들은 그 이후의 민주화 투쟁을 기억할 것이며...
이삼십 대는 이런 시대적 아픔은 아니더라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사건들을 기억할 것이다.
더불어 IMF로 대변되는 국가적 가난과 위기, 그 치욕을 벗어나기 위한 국민적 몸부림, 그 와중에 사방에서 들리는 가장의 자살, 가족의 해체...
어느 날부터인가 익숙해져버린 비정규직 어쩌고 하는 인력 시장의 왜곡에 이르기까지...
대구에서는 지하철에 불을 질러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고, 그와 엇비슷한 사건들이 지금도 연신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작가의 인생의 극히 일부분인 시절, 어쩌면 가장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인생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 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과 교차되는 감정의 이입을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 시절을 계속 생각했다.
나는 어땠는가?
나는 왜 그 시절에 그리도 천방지축 날뛰기만 했던가?
허구한 날, 등산을 한답시고 배낭을 메고 산으로 돌아다녔고, 공부는 하지 않고 나이트클럽만을 돌아다녔으며, 왜 예쁜 여자만 보면 쫄랑대며 뒤꽁무니를 쫒았는지...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확신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미래, 나의 인생...
이 모든 것이 뒤죽박죽, 희미하게만 보였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른다.
단지 확실한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내 어깨에 전해지는 배낭의 무게, 그 안의 버너, 코펠과 라면 따위가 내 미래의 경제력보다 확실하며, 공부를 통해 얻게 되는 지식과 그로 인해 내게 주어질 탄탄한 사회생활보다 밤이면 들려오는 신나는 노래, 친구들과 낄낄대며 노는 것이 훨씬 유혹적이고, 내 눈 앞에 있는 예쁜 여학생이 내 미래의 아내보다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결국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나의 미래-지금의 현실-와 맞바꾼 많은 즐거움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물론 아쉽기도 하다. 그 때 조금만 더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가졌더라면, 그래서 내 젊음을 조금만 더 저당 잡혔더라면 아마 지금의 나는 조금은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절의 나로서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즐겁고 재미있는 시절을 보냈다는 것.
또한 그로 인해 지금도 추억할 수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끔 되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영원히 남을 나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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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기의 삶이 묻어나는 성장소설 - 개밥바라기별 2010/07/04 09:04 #

    필자가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는 글은 황석영 작가[관련링크]님의 『개밥바라기별』이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청소년기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어, 청소년들의 내면에 담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특히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청소년기를 살았던 분들은 더욱 공감하실 것이라 생각되며, 그 시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도 책의 내용을 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책의 제목을 듣고 많이 의아......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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