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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따스했던 날들

Yellow Submarine 달력





아쉽다. KPUG.net 잡담

사람이 살다보면 결국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태어나는 그 순간, 아니 엄마의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탯줄로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 나오면 부모를 비롯한 가족과의 관계에서 살게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 관계는 점차 확대된다.

2010년 1월 말, 현재...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 나를 아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받는다.
컴퓨터, 인터넷이 매정하고 인간미 없는 매체가 아닐 수 있는 것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지내는 무수한 사람들...
그 중에는 서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몇 년간 친구처럼 지낸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 중에서 상당수가 kpug.net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루어져왔다.

매일 들어가서 글을 읽고 안부를 물었다.
가끔 내가 필요한 물건을 중고로 구입하기도 했고 필요없는 물건을 팔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한 회원의 딸이 어린 나이에 몹쓸 병에 걸려서 십년 넘게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십시일반 돈을 걷기도 했고,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 바자회를 상시 운영하기도 했다.
워낙 많은 회원들끼리 서로 좀 더 서로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인물탐방]이라는 글을 릴레이로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kpug.net은 나와 함께 했고, 내 삶에서 kpug.net을 분리하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만큼 오랜 기간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던 것이다.

내가 외로울 때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고...
가정이 깨질 때 위로의 손길을 건네주었으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함께 고민을 해주었다.

kpug.net으로 인해 나는 새벽시간에 혼자 불 밝히고 일을 할 때도 외롭지 않았고...
입을 열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었다.

kpug.net 게시판에 적은 글을 들여다보면...
그 시간동안의 내 삶을 볼 수 있다.
언제 울었고, 언제 웃었는지...

가족, 일, 친구...
그 모든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kpug.net의 게시판에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제로보드의 보안이 허술해서라던가?
몇 번에 걸쳐 바이러스를 퇴치하고자 노력하는 운영자가 안쓰러웠었다.
최근에는 잠시 접속을 막고 작업을 하기도 했었다.
간헐적으로 접속이 막히더니, 그 기간이 좀 길어졌다.
얼마전, 갑자기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되기에 꽤 놀랐다.
너무 오래 접속 안되는 것 때문에 운영자가 운영을 막 시작한 다른 사이트로 연결시켜 두었다는 설명을 읽었다.
그리고 kpug.net의 운영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한다.
며칠동안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조금 전에 들어가보니 운영자의 최종공지가 올라왔다.
새로 운영을 시작한 사이트와 통합해서 운영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통합되는 사이트의 이름은 kpug.net이 아니라 새로 오픈한 사이트로 정하고...
예전 kpug.net 시절의 게시판은 일정 기간동안 작업을 한 후 열람만 가능한 형태로 제공한다고 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다.
이런 저런 하소연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십여년 전...
꽤 충성도 높은 홈페이지를 잠깐이나마 운영해본 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조금은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내 오랜 친구를 잃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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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빠빠이야 2010/01/29 17:25 # 삭제 답글

    MT갔다가 습관처럼 kpug.net에 접속했더니 서버 이전 어쩌구 나오더라구요..
    해서 검색했더니 잠수함님 블로그가 뜨네요. 정말 많이 아쉽네요..
  • 노랑잠수함 2010/01/30 17:28 #

    ^^ 역시 검색엔진의 힘은 커요. ㅋ
    방법을 찾아봐야겠죠.
    방 뺐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 j 2010/01/29 18:27 # 삭제 답글

    다시부활합니다. 다음에 카페는 알고게시죠..^^
  • 노랑잠수함 2010/01/30 17:29 #

    그럼요.
    안 그래도 가입해서 글도 좀 남기고 했습니다.
    다들 뜨거운 가슴을 가진 분들이시라...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 꿈돌이 2010/01/29 23:03 # 삭제 답글

    KPUG에서 노랑잠수함님의 글들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던 꿈돌이입니다.

    비록 유령회원이며 필요할 때(?)에만 글올리는 염치없는 회원이었으나 제게도 KPUG는 6년여를 같이 한 친구같은 사이트였습니다.

    현재는 약간의 공황상태입니다.


    검색을 통해 노랑잠수함님의 글을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새로운 사이버공간에서 예전 회원님들의 맛깔난 글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
  • 노랑잠수함 2010/01/30 17:30 #

    제 글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지만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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